Editor’s Note
넓어지는 원을 그리는 어른의 품위
"넓은 원을 그리며 나는 살아가네. 그 원은 세상 속에서 점점 넓어져 가네. 나는 아마도 마지막 원을 완성하지 못할 것이지만 그 일에 내 온 존재를 바친다네." 그녀는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넓어지는 원>을 인생을 관통하는 메시지를 담은 시로 꼽았다. 25년간 여성 최초라는 수식어와 함께 KBS 대표 프로그램을 진행해 온 아나운서로, 기업의 CEO로, 이제는 갤러리스트에 도전하며 자신만의 원을 넓혀가는 그녀, 오유경이다.
에디터의 눈에 비친 그녀의 첫인상은 단단한 내면에 뿌리내린 기품이 느껴지는 사람이었다. 꽃 같은 여자 아나운서를 기대하던 시대에 처음으로 바지 정장을 입고 나왔던 단독 여성 진행자. 최고의 진행자가 되겠다는 꿈을 이뤄내기까지 수없는 치열한 시간이 지금의 단단한 그녀를 만들었으리라 짐작되었다. 자신만의 목소리를 다듬기 위해 한 자리에 안주하지 않고 다양한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해 온 그녀는 지금까지도 여자 아나운서들의 롤모델이자 이정표와 같은 존재로 꼽히고 있다.
베테랑의 반열에 오르고서도 그녀는 다시 처음부터 새로운 원을 그려 나간다. 문화 예술 공간 '평창동 1번지'를 준비하며 갤러리스트가 되기 위해 도슨트 과정을 수료 중이다. 그녀는 이제 오랜 세월 카메라 앞에서 받아온 스포트라이트를 주위로 돌려 문화와 예술을 함께 향유하며 나누는 삶을 꿈꾼다. 럭셔리가 아닌 풍요로운 삶을 그리며 굿라이프의 기준을 만들어 가는 그녀. 진정 이 시대에 필요한, 닮고 싶은 어른이지 않은가.